건강도 잃고, 삶의 의욕도 잃고
 
군인 출신인데다 키가 크고 골격이 있기때문일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무척 건강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병치레를 많이 했다. 아버지가 한의사가 아니었고, 가사가 어려웠다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의 일이다. 갑자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픈지 구부리지 못할정도였다. 그때는 병명을 알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소아마비 초기 증상이었던 것 같다. 다리를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니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했다. 당시 시골에는 화장실이 전부 재래식이라 혼자 가서 용변을 보기도 힘들었다. 물론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위해 읍내에 나가 양변기를 사서 설치해 주셨고, 날마다 침을 놓고 약을 지어 주셨다.
그렇게 한 일 년쯤 앓았을까. 서서히 다리가 나았고, 이듬해 간신히 학교에 들어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잔병은 떠날날이 없었다. 하루는 학교 갔다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내 얼굴을 보고 하얗게 질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인춘아! 큰일 났다. 너 빨리 거울 좀 봐!”
“왜?”
“글쎄, 빨리 거울 꺼내서 보라니까!”
아이들의 목소리에 잔뜩 겁에 질린 나는 얼른 손거울을 꺼내 들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 한쪽에 실핏줄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놀란 나는 숨도 쉬지 않고 곧장 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 아버지께서는 침착하게 내 머리 여러 군데를 손으로 눌러 보시고는 큰 대침을 다섯 대 정도 찌르셨다. 그러고 나자 피가 딱 멈추었다.
6학년 때부터는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중학교에 가서 생리를 시작한 후부터는 상태가 더 나빠졌다. 혈과 기의 순환이 좋지 않아 몸 안에 노폐물이 쌓였기 때문이다. 또 학교를 다니기 위해 읍내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툭 하면 위염을 일으켰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가슴에 통증이 심해져 가슴 밑이 마치 쥐가 나듯 했다. 한 번 통증이 시작되면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건강이 좋지 않았으니 부모님께서는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 공부 잘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나도 건강이 좋지 않다 보니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여군에 지원했을 때 나는 간신히 면접을 통과했다.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군대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훈련을 받자 건강이 조금 회복되는 듯싶었다. 그리고 여군이라 심하게 고된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다소 아파도 견딜 수 있었다.
나는 체질이 특이했다. 마취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도 마취가 잘 안 되는 체질인데, 어머니는 건강해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나는 사정이 달랐다.
군에 있을 때 사랑니가 몹사 아파 이를 빼려고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마취를 아무리 시켜도 마취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마취 기구만 입에 넣으면 비위가 상해 심한 구역질이 났고, 그것 때문에 마취에서 금방 깨어나곤 했다. 의사는 30분 동안 세 번이나 나를 마취 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건강이 본격적으로 나빠진 것은 결혼한 후였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조금 회복되는가 싶더니 결혼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신경을 쓰니까 신부전, 갑상선 이상 등으로 몸이 붓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은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탓에 병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홍콩과 대만등지로 마케팅 공부를 하러 다닐 때는 비행기가 고공 비행을 하면 귀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또 아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비위가 약해 늘 호텔 식당만 이용했다. 때문에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건방지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몸무게가 72킬로그램까지 나갈 정도로 몸은 불었고, 그로 인해 건강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30대 후반에 88사이즈 옷을 입어야 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중 략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격언은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진리였다. 내가 건강식품 사업을 하게 된 것은 건강을 잃고 절망 속에서 헤매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손인춘 국회의원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자문위원
새누리당 제3사무부총장
광명 (을)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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